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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 패션인사이트 857호 |

패션기업 빅데이터 활용, 선택이 아닌 필수!

무신사, ZIGZAG 등 구매 데이터 활용해 新(새로운) 수익창출。축적되는 데이터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머신러닝 기술

축적되는 데이터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머신러닝’ 기술

최근 패션시장에서 빅데이터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빅데이터는 트렌드를 예측하고 소위 ‘잘 팔리는’ 상품을 적정량 생산해 리스크를 줄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고객별 맞춤형 큐레이팅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으며,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셀럽들의 SNS 이미지가 데이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둘은 패션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면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데이터다. 이를 통해 기존 크레에이티브 디렉터의 감에 의존해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시즌 앞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상품기획이 가능해지고 있다. 또한 주먹구구식의 재고관리를 탈피해 최소 인력과 시간으로 재고 파악은 물론 인기 아이템의 최대 생산 수량을 예측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단계까지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3600여개 입점 쇼핑몰과 1700만명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지그재그’

‘지그재그’는 개인화 광고 시스템으로 2018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그재그 입점 업체 광고 세부 화면

최근 가장 핫한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가 집중되는 플랫폼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광고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3600여개 입점 쇼핑몰들에게 1700만명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고객들을 매칭함으로써 쇼핑몰들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광고회사로 재평가 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기획 및 재고 관리로 알짜배기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도 있다. LF는 이미지 딥러닝 기술인 ‘옴니어스 태거’를 개발한 옴니어스(대표 전재영)와 손잡고 LF몰의 상품들을 소비자 취향에 맞게 큐레이팅한 결과 소비자들의 검색효율이 4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빅데이터 기업 텍스토미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상품기획에 활용하고 있다. 뷰티 부문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150여개 브랜드의 6000여개 제품 데이터와 소비자들의 구매 이력을 AI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나에게 딱 맞는 립스틱’을 찾아주는 큐레이팅 앱을 선보였다.

F&PLUS는 사진만으로 세부 아이템까지 분별하는 ‘AI 이미지 자동 분류 기술’을 개발했다(좌)
10대 소녀들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소녀나라

◇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는 곧 매출로 직결
소비자들이 실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이력에서 발생되는 판매 데이터는 빅데이터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다. 이를 살펴보면 현재 어떠한 상품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개별 고객들에게 그들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또 다른 아이템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다.

판매 데이터는 무신사(대표 조만호)와 지그재그(대표 서정훈)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는 매주 업로드 되는 7000여개 제품 페이지에서 생성되는 고객들의 검색 데이터와 470만명 회원들이 작성하는 리뷰 댓글을 주 데이터로 활용한다. 검색 데이터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알맞은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기획한 무신사 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슬랙스 라인은 4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대히트를 쳤다.

3600여개 동대문 기반 쇼핑몰들이 모여 있는 1020 여성 쇼핑앱 지그재그에 등록된 제품은 600만개를 넘어섰다. 여기서 매 분기 평균 322만건씩 발생하는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상품과 쇼핑몰을 제안한다. 지그재그의 월간 이용자 수는 250만명 이상, 그 중 20대 이용자는 54%를 차지한다. 때문에 ‘지그재그를 보면 20대 여성 패션 트렌드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지그재그는 내부적으로 축적한 이용자들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입점 브랜드와 소비자를 보다 정밀하게 연결해주는 개인화 광고 시스템으로 2018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광고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는 “온라인 쇼핑에서의 실구매 발생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판매자가 제안하는 상품이 만나는 과정”이라며 “지그재그는 등록된 300만개 상품들과 소비자들의 개별 구매 이력을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10대 소녀들의 패션 메카 소녀나라(대표 구길리)와 스타일쉐어(대표 윤자영)는 자체 판매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 스타일쉐어는 지난해 10월 SNS 기반 커머스라는 특성을 살려 이용자 53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통해 PB ‘어스’를 론칭했다. 이 중 응답자 71%가 ‘올 가을 가장 입고 싶은 아이템’으로 ‘쭉티’를 꼽았고 ‘어스’는 론칭 첫 아이템으로 쭉티를 출시했다. 1~2차에 걸쳐 3만장을 판매했고 반품율은 단 0.9%를 기록했다. 스타일쉐어는 실구매 이력이 있는 이용자 표본 설문조사를 상품 기획 과정에 반영해 실구매율을 높일 계획이다.

SN패션그룹의 소녀나라는 그동안 쌓인 10대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대문 사입과 자체 기획만으로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용자들이 소녀나라 검색창과 상품 리뷰에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를 거론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휠라’ ‘FCMM’ ‘널디’ ‘프랑켄모노’ ‘론론’ 등의 브랜드를 사입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표창욱 SN패션그룹 상무는 “소녀나라는 10대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입점시켜 이용자들의 구매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라며 “이용자들의 시각에서 접근한 마케팅 전략으로 구매전환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플랫폼 내 판매 데이터가 축적되면 브랜드들에게서 사입하는 재고의 정확도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옴니어스 태거 구동 화면(출처: LF)

◇ 잘 분류된 이미지 데이터가 소비자 불러 모은다
최근 SNS 셀럽들의 이미지가 패션기업들의 트렌드 파악을 위한 빅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정확히는 이미지를 통해 패션속성을 파악하는 이미지 딥러닝 기술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쇼핑몰들은 웹과 앱에서 나열된 제품 사진만 살펴보는데에도 스크롤을 끝없이 내려야 한다.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상품 구매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이미지 딥러닝이다. 이미지 딥러닝은 AI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수집해 목적에 맞게 분류하는 기술이다.

전재영 옴니어스 대표는 “상품을 구매할 때 텍스트 정보로 제품의 스펙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패션은 고객이 직접 사진 속 상품의 컬러와 디자인, 각종 디테일을 살펴가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상품을 업로드 할 때 이미지뿐만 아니라 텍스트도 함께 구성된 메타 데이터를 함께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타 데이터란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말한다. 즉 판매자가 상품을 업로드 할 때 상품의 색깔, 길이, 패턴, 스타일 등의 속성 정보를 태그값으로 입력하고 이를 필터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검색할 때 더 정확하고 다양한 상품이 제시되도록 하는 것이다. 옴니어스는 이러한 이미지 딥러닝 기술인 ‘옴니어스 태거’로 LF와 샐러허브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쇼핑몰 호스트 솔루션 고도몰을 운영하는 NHN 엔터테인먼트는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포즈 디텍터’를 활용해 쇼핑몰 제작을 지원한다. 포즈 디텍터는 클릭수 높은 착장샷의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집중도 높은 사진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다. NHN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진 데이터를 더 많이 입력할수록 접속자들이 클릭하는 빈도는 더욱 증가했다. 착장 3800장을 입력하자 정밀도가 94.95%까지 늘었다. 사람이 손수 사진을 확인하고 편집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이 좋았다”고 말했다. NHN 엔터테인먼트는 쇼핑몰 내 유사상품 추천 및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슷한 옷을 찾아주는 비주얼 검색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동시에 더 상세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고도화 작업을 거친 후 이미지 검색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F&PLUS(대표 권혁민)는 상품 사진만으로 세부 아이템까지 분별하는 ‘AI 이미지 자동 분류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한국과 중국 패션기업들의 상품기획을 돕고 있다. 15가지 종류의 세부아이템에 디테일 요소들을 자동 학습시켜 각각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기획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다는 것이 취지다. 또한 그 어떤 AI도 예측하지 못한 ‘갑자기 뜬 히트 아이템’의 속성을 30시간 내로 분석하고 유사한 아이템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권혁민 F&PLUS 대표는 “고객이 관심을 보이고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새로운 기회다. 그리고 핵심 이미지 판별 AI 기술을 가진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판매적중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7000여개 제품 페이지에서 생성되는 고객들의 검색 데이터와 470만명 회원들의 댓글을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무신사 스탠다드’

◇ 빅데이터, 머신러닝으로 꾸준히 발전하다
패션시장의 트렌드는 매시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판매 데이터와 이미지 데이터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했다면 보다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기술은 바로 머신러닝. 머신러닝은 AI 스스로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하는 기술로,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정확한 예측과 분석이 가능하다.

최근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패션기업들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축적된 데이터의 고도화는 필수다.
에이아이더(대표 김수화)는 트렌드 분석 개인화 마케팅, 챗봇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머신 러닝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에이아이더의 주력 기술은 ‘Smart Auto ML’로,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이 회사의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머신러닝들이 주기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분류하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줘야 했다면 Smart Auto ML은 데이터 수집 이후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실시한다.

김수화 대표는 “이제 AI로 경쟁사의 매출까지 예측하는 시대지만 아직 적극적인 AI 및 빅데이터 활용이 느리다. 이에 국내 기업이 현실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고 상용화 할 수 있도록 외산 제품 대비 절반 가격에 손쉽게 조작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더아이엠씨(대표 전채남)에서 개발한 텍스토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이용 중인 빅데이터 기반의 AI 머신러닝이다. 네이버, 구글 등 포털사이트 검색 키워드부터 SNS 피드, 패션 매체들의 기사 등 각종 데이터를 주간 단위로 수집, 업데이트해 협력사에 리포트 형태로 가공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주간 및 월간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해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적재적소로 대응할 수 있는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채남 더아이엠씨 대표는 “소비자들의 반복적인 쇼핑 패턴을 분석하면 특정 현상처럼 발생하는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라며 “롱패딩이나 플리스 재킷처럼 메가 트렌드가 불어올 때 미리 그 시점을 알고 준비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어떤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패션기업들도 내부에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적극 채용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신러닝 텍스토미에서 제공한 주간 패션이슈

텍스토미에서 분석한 주간 패션 키워드 검색 추이